사촌동생 아이디로 씁니다
사촌이 익명인 공간에 하소연이라도 하라고
여기를 알려줘서
잠이 안 와 술 한잔하고 씁니다
글이 두서없더라도 먼저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서른 두살 남자이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원래 작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었고
하루 하루 일에 치이며 살다보니
결혼식은 미뤄졌지만
이번 봄에 식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죠
늘 두근거림과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지난달 그 행복이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군대 전역 후 막 복학한 혈기 왕성할때 만난 전 여자친구…
바로...전 여자친구가 저의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고
예비신부인 제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여자친구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녀가 제게 보여준 사진 속의 아이는
저를 꼭 닮아있었습니다.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 보인다는게
바로 이런 순간에 되는구나…라는걸 난생 처음 느꼈습니다.
그 뒤로…어떻게 시간이 흘렀나 모르겠네요
전 여자친구와 아이를 만났고
친자 확인검사를 했고
여자친구와 전여자친구 그리고 저는 삼자대면을 합니다.
또한 전여자친구는 아이를 대동해
저희 부모님 집에 찾아와
어머니는 울고 불고…난리가 났었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지금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해서 같이 아이를 키우자고 합니다.
머리로는 그게 제일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전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성격이 강한 스타일이라
제가 늘 맞춰줘야만 했으며
가장 큰 문제는…술을 너무 좋아해
많은 술자리에서 다른 남자들과 술을 즐겼다는 점이
저를 힘들게 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로 매일 같이 싸웠고…결국 지친 저는
1년을 못참고 이별을 통보합니다. 가관인 점은
바로 한 달도 안되서 새 남자를 사귀는 걸 보고
저도 남아있던 미련이나 정이 다 떨어져서
지금까지 생각 한번 안 해보고 살았는데
제 아이를 임신해서 낳고 키웠다니
정말 황당하기를 넘어 너무 억울 했었습니다.
그리고 억울을 넘어 화까지 나네요…
그당시 왜 임신한 걸 알리지 않았는지
그당시 알았다면 아이 때문에라도 결혼했을 텐데
그리고 여태껏 알리지 않고 살다가
왜 하필 예비신부와 너무도 행복한 지금인 건지
그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은 아직도 못 버려서
말도 안 하고 혼자 아이를 낳고
제게 알리는 것도
제가 여자친구를 통해서 듣게끔 하고
삼자대면에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무작정 부모님 집에 찾아가서
핵폭탄 터트리듯이 사실을 알리는
전여자친구라는 사람이 증오할 정도로 싫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전 여자친구가 저럴수록 아이까지 미워집니다.
제가 자기들을 버렸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적대적이고 자기 엄마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여자친구를 흘겨보고 버릇없이 구는 아이에게
전혀 부성애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를 너무도 빼닮았지만 혹시라도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친자 확인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 너무도 낙담했던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은 그당시와 달리 아이 때문에
전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심정이면 양육비만 주고
다시는 전 여자친구도 아이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자신도 슬프고 힘들지만 예비신부가 역시 너무나 힘들어해서….
그 부분에서 정말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녀는 참 좋은 사람이며…
그녀의 가족 분들도 너무나 좋으신 분들인데…
어젠 예비신부가 울면서 제게 하소연을 했는데…
결혼 준비하면서 남들은 많이 싸운다는데
우리는 감정 상하는 일 한번 없었고
오빠네 가족들도 다 좋았는데
자꾸 우리 때문이 아닌 일로 결혼이 미뤄지고
(코로나, 직장문제 등…)
결국 이런 일까지 생기는 걸 보면
오빠랑 나랑은 인연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생에 무슨 큰잘못을 저질렀는지….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들고 의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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